에드거 앨런 포를 대표하는 ‘추리소설의 창시자’, ‘공포소설의 완성자’라는 타이틀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추리·공포 단편선이다. 추리소설의 시작을 알린 뒤팽 시리즈 「모르그 가의 살인」 「마리 로제 수수께끼」 「도둑맞은 편지」와, 인간 내면의 불안과 광기를 탐구한 차원 높은 심리 공포소설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 「윌리엄 윌슨」 등 포가 남긴 27편의 추리·공포소설 전편을 수록했다.
‘셜록 홈스’의 원형이 되는
은둔형 천재 탐정 ‘뒤팽’의 탄생
표제작 「모르그 가의 살인」은 추리소설의 효시라 불리는 작품으로(포 자신은 “추론 이야기”라 불렀으며, 여기서 ‘추리소설’이라는 지금의 명칭이 유래했다), 범죄가 들끓는 대도시에 은둔해 사는 비범한 인물 ‘뒤팽’이 치밀한 추론과 심리 분석으로 오리무중에 빠진 살인 사건을 해결해내는 이야기이다. 은둔형 천재 탐정 ‘뒤팽’과 평범한 지성의 화자 ‘나’로 구성된 이인조, 시인의 상상력과 수학자의 논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과 관행에 기댄 수사로 번번이 사건 해결에 실패하는 경찰 집단의 대조는 훗날 아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스’에서 그대로 반복되며 현대 탐정소설의 공식이 되었다. 뒤팽이 등장하는 단편은 「마리 로제 수수께끼」 「도둑맞은 편지」까지 단 세 편뿐인지만, 밀실 범죄와 암호 해독, 탐정과 똑같은 비상한 사고 회로를 가진 숙적 등 현대 추리·범죄소설의 익숙한 장르 관습들이 200여 년 전 포가 처음에 선보인 작품들 안에서 이미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인간의 무의식과 불안, 광기를 탐구한
세련된 심리 공포소설의 완성
또 하나의 포의 지대한 업적이라면 당시 유행하던 고딕 공포물을 세련된 심리 공포소설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포는 상황 자체의 공포보다 화자의 내면에 초점을 맞춰 인간의 무의식과 불안, 광기를 탐구하는 계기로 삼음으로써 공포물의 차원을 한 단계 높였다. 자신이 겪은 공포의 경험을 일인칭으로 전달하는 포의 화자들은 집착과 공포증(「베르니스」), 망상과 자기 분열(「윌리엄 윌슨」), 자기 파괴적 이상심리(「심술의 악령」, 「검은 고양이」, 「고자쟁이 심장」), 지각 과민과 우울증(「어셔가의 몰락」)으로 인해 점차 붕괴되어가는 내면을 종종 기이할 정도의 차분하고 분석적인 어조로 전달하며 현실과 비현실, 이성과 비이성의 경계를 질문하게 한다. 포를 유명하게 한 단편들인 만큼 단순한 오락소설로도 빼어날 뿐 아니라, 비이성적인 인간의 내면을 합리적 통찰력으로 탐구한 고도의 심리소설로도 선구적인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