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의 창시자’, ‘공포소설의 완성자’로 추앙받는 포는, 그러나 인간 내면의 어둠을 들여다보는 것에만 머물지 않았으며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섬뜩하게 당시 시대와 인간상을 풍자했다.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 요법」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남자」 「작가 싱엄 밥 씨의 일생」 「사기」 「기묘천사」 등 현대적인 블랙유머가 빛을 발하는 25편의 풍자· 유머소설 전편을 수록했다.
서구 문명의 폭력성을
섬뜩한 기개로 풍자하다
포는 인간의 어둠만큼이나 미국 역사의 어두운 이면에 주목했는데, 영토를 확장해나가는 과정에서 미국 원주민을 보호구역으로 강제로 밀어넣었던 미국 역사의 폭력성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남자」가 그 대표작이다. 포가 창조한 기괴한 이야기의 또 다른 특징인 부조리에 가까울 정도로 고도의 블랙유머가 빛을 발하는 이 단편에서 미국의 역사는 미국 원주민 토벌 전투에서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성’을 잃고 이를 기술의 힘으로 기괴할 정도로 완벽하게 대체한 스미스 명예준장의 모습으로 재구성, 섬뜩하게 희화화된다. 타민족 문화에 대한 무지와 산업문명을 바탕으로 한 천박한 우월의식을 비꼰 「미라와의 대담」과, 이를 다른 방식으로 전복하며 자문화중심의 사고를 비판한 「셰에라자드의 천두 번째 이야기」는 깨어 있는 지성 포의 단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자본주의적 경쟁, 도시화, 종교적 믿음의 붕괴 등
급격한 변화 속에서 뒤틀려가는 인간성
열기구, 철로, 증기선, 전보, 인쇄술의 발전, 골드러시, 잭슨 민주주의, 심화되는 자본주의적 경쟁, 도시화 등 19세기 초 미국 사회에 불어닥친 급격한 변화와 이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포는 여러 단편을 통해 다뤘다. 「작가 싱엄 밥 씨의 일생」 「블랙우드식 글쓰기」 「곤경」은 잡지 문학의 관행과 자본주의 시대의 글쓰기를, 「사업가」와 「사기」는 자본주의적 윤리와 경쟁을 코믹하게 풍자한다. 욥의 고난에 못지않은 시련 끝에 결국 불신자가 어처구니없는 불행한 일들을 관장하는 기묘천사에 대한 믿음을 얻는 「기묘천사」는 종교적 믿음이 흔들리는 시대의 초상을 그린 발군의 블랙코미디이다. 표제작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 요법」은 「어셔가의 몰락」과 함께 우울, 망상 등 정신질환에 대한 포의 관심이 드러난 작품이다. 정신병원 내 환자와 의료진의 입장이란 상대적인 것으로 이 관계가 전복되었을 때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무력해지는지를 그렸으며,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6호실」의 선구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데니스 루헤인의 대표작 《살인자들의 섬》을 연상케 하는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 요법」은 영화 「히든 아이덴티티」 등 다양한 작품에 모티프를 제공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