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토박이의 밥상에서 ‘진짜 한식’을 만나다
음식을 보면 한 민족이 지나온 시간과 살아가는 순간을 엿볼 수 있다. 그중 집집마다, 지역마다 적게는 수십 년, 많게는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음식은 그 가정과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이자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내림음식’을 낡고 쓸모없는 ‘골동’처럼 취급한다. 알고 보면 우리가 매일 뜨는 밥 한술, 곁들이는 반찬 하나에도 ‘내림’과 ‘전통’이 담겨있음에도 말이다.
『입말한식』은 ‘내림’과 ‘전통’이 얼마나 평범하고 보편적인지를 깨달은 저자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식재료와 농부의 음식을 연구하기 위해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던 저자는 마을마다 전해 내려오는 음식이 있고, 그 음식이 바로 밭을 일구던 농부의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흙과 물과 바람을 읽어 그 환경에 맞는 작물을 키우고 가장 맛있는 때와 가장 장 어울리는 요리법을 찾아낸 농부, 그 농부의 음식이 바로 한식의 뿌리였다. 이 음식들은 아버지의 밥상에서 아들의 밥상으로, 시어머니의 손맛에서 며느리의 손맛으로 이어지다 담을 넘어 옆집으로, 밭과 산을 넘어 다른 마을로 이어지고 있었다.
백 년이 넘는 아버지의 마늘밭을 지키는 이은자 농부의 마늘고추장, 할머니 옆에서 보고 들은 맛을 기억해 만든 이용복 농부의 올챙이국수, ‘내 자식 입과 몸에 좋은 것을 채워주고 싶은 마음’으로 팥 씨앗과 음식을 물려준 이홍인 농부의 예팥차…. 입말한식은 지금 이순간에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맛으로 수많은 세대의 삶을 꿰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