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글들은 후지이 다케시가 2014년 여름부터 시작해 2017년 겨울까지 3년여 동안 [한겨레]에 연재한 칼럼 44편과 사진집에 실은 해설 1편, 문학지에 실은 글 1편을 엮은 것이다. 『무명의 말들』은 그가 6년 만에 펴내는 단독 저작이다.
후지이 다케시의 글을 ‘빛나는 성찰과 날카로운 문체’ 정도로만 소개한다면 표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의 글은 다만 잘 쓴 글이 아니라, 힘이 느껴지는 글이고, 읽는 이를 각성하게 만드는 글이다. 문장을 이렇게 벼려서 쓸 수 있구나, 싶게 그는 글을 썼다. 그는 어설프게 쓰는 것을 스스로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길게는 4년 전에 적힌 글을 지금 읽어도 무딘 느낌을 조금도 찾을 수가 없다.
책의 서문을 펼쳐본 독자는 깜짝 놀랄 것이다. 서문의 첫 문장에 “이 책은 유고집이다”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유고집’인 까닭은 ‘글쓴이 후지이 다케시’가 자신에게 주어진 이름을 버리고 ‘무명’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가 다른 이름으로 건너가는 길에 남은 흔적이다.
『무명의 말들』은 무엇보다 끝나지 않을 듯한 ‘흐린 날’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또각또각 새겨진 듯한, 그가 남긴 글들은 더없이 탁월하고, 또 감동적인 동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