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종교 없이도 충분히 조화롭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맹목적인 신앙을 비판하고 종교의 본래적 의미를 되물으며, 한국 현대사회의 한 단면을 조명해줄 책
미국의 종교사회학자 필 주커먼 교수가 1년여 덴마크와 스웨덴에 거주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만나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비종교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도덕적이고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주커먼이 실시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우리는 종교의 힘이 그리 강하지 않은 사회에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죽음을 마주하며, 초월적 존재를 현실적 존재로 만드는지 알 수 있다. 저자가 실증적 자료에만 의존하는 사회학자인만큼 신이 없는 사회만이 행복하다든지, 신을 맹목적으로 믿는 사회는 불행하다든지 하는 인과적인 결론은 내지 않는다.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개별 인터뷰를 기록했기 때문에 신을 믿지 않는 이들을 일반화할 수 있는 이론도 물론 없다.
하지만 인터뷰 대상자들이 삶과 죽음 등 인간의 인생을 이야기하며 공통적으로 보인 태도를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는 있다. 이들은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것만 믿는 ‘합리적인 회의주의자’이며, 이상향을 따로 설정하지 않고 현실에 충실한 ‘이상적인 세속주의자’이고, 이러한 이상적 현실을 만들기 위해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애쓰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개인주의자’들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한 사회의 도덕성과 종교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 구성원들이 성경을 많이 사랑하는 사회가 윤리적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빈곤을 사실상 퇴치한 사회가 도덕적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많은 구성원이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가는 사회가 윤리적으로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어린이와 노인, 고아의 복지를 위해 전문적인 보살핌을 제공해주는 사회가 윤리적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등 다양한 물음을 던진다. 책 속에 등장하는 미국 사회와 스칸디나비아 사회가 결과적으로 종교적 교리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미국 사회를 비롯해 몇몇 나라에 만연한 표층적 종교 근본주의를 비판할 근거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