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마녀, 깜씨, 간장게장, 토인, 다문화…… 내가 짝퉁이라고? 나는 진짜보다 더 진짜가 될 거야!”
주인공은 필리핀이 고향인 아빠 프레디 아길라(이가을)와 한국 사람인 엄마 장순옥(장미도) 사이에서 태어난 ‘나’ 이한비입니다. 한비는 엄마를 하나도 닮지 않아 친구들의 놀림을 받고, ‘나는 정말 엄마 딸이 맞는 걸까?’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합니다. 자신을 ‘혼혈마녀’라고 부르는 남자애의 머리를 쥐어뜯고, 얼굴 하얘지라며 락스 통을 선물한 친구에게는 복수를 계획하기도 합니다. 엄마에게서 “널 어떻게 내 속에서 낳았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들을 만큼 말썽쟁이기도 하지만, 한비가 언제나 천방지축 제멋대로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자신처럼 다문화가정 아이인 금철이의 마음을 감싸기도 하고, 몽골에서 온 며느리와의 갈등을 겪는 금철이 할머니를 위로하기도 하니까요. 그러면서 한비는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사람들이 단일민족이라고 자랑스럽다는 듯 말하는 걸 볼 때마다 나는 가슴이 무너진다. 단일민족? 그럼 나는? 나는 한국 사람이 아닌가?’ 하며 고민에 잠기기도 합니다.
평범한 애들 틈에 끼어 재밌게 살고 싶은 게 소원이라는 한비. 한비도 다른 또래 아이들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다문화가정 한글교실에서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는 고등학생 자원봉사자인 준수 오빠입니다. 자신을 쫓아다니는 돼지코 석제는 미워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준수 오빠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한비의 모습은 제법 귀엽습니다. 다른 사람들 몰래 준수 오빠와 문자를 주고받기 위해 만든 암호 문자표, 매일매일 변하는 뇌구조, 속마음을 나누는 청개구리 태엽이와의 일들을 통해 독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한비의 생활이 마음 따뜻하게 전해집니다. 피부색이 조금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없는 건 아니겠지요. 한비의 속마음을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듣다 보면 어느새 한비와 좋은 친구가 되어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