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대한 픽토그램적 비평
이들의 작업은 전쟁의 참상과 비극에 대한 묘사로 볼 수 없다는 발언으로, 즉 그것을 서둘러 표상하려 애써서는 안 된다는 언표로 읽힌다. 픽토그램이란 이미지가 제 아무리 피를 흘리고 머리가 잘려 나가도 그것은 픽토그램으로서의 의미 값을 넘어서지 못한다. 거꾸로 잔혹과 비극을 재현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어떤 이미지도 픽토그램과 같은 성질의 이미지로 돌아가지 않도록 저항해야 한다. 그러므로 ‘워바타’는 바로 그 표상할 수 없지만 표상해야 하는 대상으로서의 전쟁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표상의 의무 사이의 모순을 다룬다. 그렇기에 워바타는 전쟁과 관련한 표상의 윤리를 시험한다.
이 책은 전쟁에 대한 픽토그램적 비평을 시도한다. 전쟁을 묘사하거나 재현하는 일은, 실은 불가능한 일이다. 전쟁이란 오직 비평만이 가능한, 가장자리 없는 사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재현을 위한 대상으로서의 전쟁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우리는 그것을 재현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될 일이다. 전쟁을 무기, 살상과 부상, 개전과 종전, 군대, 전투 등으로 이뤄진 사태로 바라보는 한 우리는 ‘군사적인’ 전쟁만을 생각하는 것에 머물러 버린다. 반면 전쟁을 죽음과 공포, 혼란, 재앙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오직 전쟁을 시정이 넘치는 사태로 격상시켜 버리는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