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 그는 누구인가? 바로 구한말 풍운의 조선땅에 홀연히 나타나 투철한 깨달음으로 꺼져 가는 선의 등불을 밝히고, 1912년 4월, 비승비속의 운수객으로 한만(韓滿) 국경 북방의 고원(高原)을 행각하다가 초라한 촌로로 숨을 거둔 경허 성우(鏡虛惺牛, 1846~1912)선사이다.
또한 그는 한국선의 압도적인 선구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자신은 사람들에게 막행막식의 기행을 일삼은 파계승, 선문의 이단자로 외면당한 채 세간에 횡행하는 억측과 통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홀로 고독의 끝에 서 있어야만 되는 극도로 모순에 찬 인물이다.
『술에 취해 꽃밭에 누운 선승, 경허』는 현대 한국선의 달마, 경허의 길을 추적하고, 스스로 이단자라는 운명을 감수하고 북방고원에서 방랑자로 쓸쓸히 소멸한 그에 대한 오해와 억측을 해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 평전을 쓰기 위해서 수년간 인건 경허, 시인 경허, 선승 경허의 체류지를 답사했으며, 겅허선(鏡虛禪)의 세계를 축약하여 전하는 1943년판 원본 「경허집」을 몇 번이고 숙고하며 읽었음을 밝힌다. 선의 탐구자들은 소문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책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경허를 둘러싼 진부한 소문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오직 경허의 선과 인생을 알고자 하는 소수의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