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감수성을 지닌 작가 글렌웨이 웨스콧의 노벨라,
현대 미국 문학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순례자 매』
20세기 미국 문학사에서 독특하고 이색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시인이자 소설가 글렌웨이 웨스콧의 대표작 『순례자 매』가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우리에게 그의 이름은 다소 낯선 울림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예닐곱 편의 소설 작품을 남긴, 게다가 반평생 절필한 과작의 작가로서는 드물게 현대 영미 문학계에 뚜렷한 인상을 남긴 인물이다. 이 점은 그의 단편적인 이력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쉬이 확인해 볼 수 있다. 도회적인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위스콘신에서 생활하던 스무 살 무렵부터 참신한 문재(文才)를 드러내며 소설가로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글렌웨이 웨스콧은 일찍이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거트루드 스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와 교류하였고, 장 콕토, 이사도라 덩컨을 비롯한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이렇듯 미국 위스콘신 출신의 자아와 유럽 문화계 총아로서의 페르소나, 그리고 커밍아웃한 게이로서의 정체성은 글렌웨이 웨스콧의 글쓰기에 독특한 색채를 불어넣었다. 『순례자 매』의 서문을 쓴 소설가 마이클 커닝햄의 평가처럼 웨스콧의 문체는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경이로운 표현이나 통찰이 관찰”될 만큼 독보적이다. 마치 진부한 표현에 저항하듯 문장은 저마다 극도로 정련되어 있고, 눈부실 정도로 풍부한 이야기와 묘사 속에서도 주제 의식을 잃지 않는다. 특히나 이 책, 『순례자 매』는 글렌웨이 웨스콧의 정수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문학 연구가이자 소설가 에드먼드 화이트가 지적했듯 “『순례자 매』는 윌리엄 포크너의 『곰』, 캐서린 앤 포터의 단편 소설들, 허먼 멜빌의 『빌리 버드』 등 미국 문학이 일궈 낸 찬란한 성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수전 손태그의 선언대로 “『순례자 매』는 20세기 미국 문학 중에서 가장 놀라운 작품”이다.
1945년 장편 소설 『아테네의 아파트』를 끝(에세이 및 일기는 제외)으로 돌연 절필한(그 이유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그래서 한때 ‘잊힌’ 작가로 남아 있던 글렌웨이 웨스콧의 대표작 『순례자 매』를 오늘날 새로이 읽어야 할 고전으로서 지금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