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규의 시적 개성은 지상적인 삶의 따스함 속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따뜻한 상징'이 지니고 있는 눈물겨운 그리움이란 아마도 저 1960년대의 탕자적 방황으로부터 벗어나온 인간주의적 고백이란 느껴진다는 것이다. 관능의 탐닉과 언어의 세공에 전념하던 시기의 시적 열정이 오래도록 그를 괴롭혔지만 이제 그가 도달한 지점은 따뜻함과 더불어 살아 있는 인간주의적 세계이다. 살과 뼈가 조화된 인간주의적 시의 생명력이 정진규의 시의 특성인 동시에 우리 서정시가 나아갈 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