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것들에 대한 아랫것들의, 있을 법한 저항 혹은 비틀기
배길남 소설들이 다양한 장르와 결을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소설집을 관통하는 뚜렷한 열쇳말이 있다면, 그것은 ‘약자의 스펙트럼’과 ‘명랑함’이다. 우선 작가는 독자가 알기 쉽게 소설 속에 약육강식의 세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작가의 시선은 약자 즉 아랫것들에 놓여 있음을 보인다. 그런데 그 강약 구도의 이야기는 강자와 약자의 서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로, 즉 서열 찾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작가는 거기에서 머물지 않고 아랫것들의 생생한 언어(명랑함, 사투리의 맛깔스러움)를 살려내고자 한다. 야비함과 냉혹함을 무기로 한 윗것들과 거기에 멍청히 당하지 않고 위기를 이겨내는 아랫것들 간의 구도는 배길남 소설의 대표적 지점이다. 작가의 ‘유쾌한 저항’ 혹은 ‘명랑함의 정서’는 바로 이 부분에서 돋보이게 나타난다. 기존 해설의 형식을 과감히 깬 취중대담 [소설에 취하다]에서 평론가 전성욱이 말했던 기대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21세기판 명랑함의 버전을 만드는 것, 그러한 방향성으로 미학적 실험을 계속해 나가는 것! 작가에게 남겨진 숙제가 새로 내놓는 8편의 소설 사이를 여운처럼 맴도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