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의 세계가 보여주는 탄생과 소외의 감각
섬세한 감성과 냉철한 이성의 교집합
하오징팡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SF 작가다. 2016년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상(Hugo Award) 중편소설 부문을 수상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한 해 전인 2015년에 류츠신(劉慈欣)이 『삼체三體』로 휴고상 장편소설 부문을 수상한 후 2년 연속 중국 작가의 수상이라 더욱 화제가 되었다.
『고독 깊은 곳』은 하오징팡이 2010년에서 2016년까지 발표한 중단편소설이 묶어낸 소설집으로, 휴고상 수상작 「접는 도시北京折疊」가 수록된 첫 책이다. 그녀의 소설은 과학기술에 대한 엄격하고 정밀한 설정과 묘사가 특징인 하드 SF보다 인물과 그들의 감정에 집중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사회과학 기반의 소프트 SF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고독 깊은 곳』에 실린 작품들을 살펴보아도 미래, 우주, 외계인을 소재로 하면서 실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사회를 고찰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하오징팡은 중국 SF소설계에서 가장 섬세한 문장을 쓰는 작가라고 평가받는다. 시적인 은유와 우아한 감성이 도드라지는 표현력, 치밀한 인물의 내면 묘사 등이 그녀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그러면서도 현실을 냉철하게 관찰하는 사회의식, 전달하려는 주제를 깊이 있게 사색하는 이성의 힘이 작품 전반에서 느껴진다. 『고독 깊은 곳』은 하오징팡의 작품 색채를 잘 보여주는 소설집이자 그녀가 SF 작가로서 점차 무르익어가는 지점을 포착한 스냅사진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