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놀라게 하는 단 하나의 제품을 만든다는 것
그를 매료시켰던 것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고, 청년 시절 여행을 통해 느꼈던 감각이다. 저 멀리 따뜻한 섬에서 목격했던 노을빛, 어둑한 골목길에서 먹었던 눈물 젖은 빵의 고소함, 난생처음 거래처와 미팅을 끝내고 나왔는데 때마침 불어온 바람의 차가운 감촉……. 그는 어떤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온몸으로 느꼈던 감각과 냄새, 맛, 온도를 불러낸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제안하는 제품에는 언제나 ‘혁신’ 혹은 ‘혁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유명 대기업들이 적자로 들어섰을 때, 발뮤다에 들어오는 주문도 줄기 시작했다. 당시의 발뮤다는 테라오 겐 혼자 운영하며, 노트북 냉각스탠드 엑스 베이스, 조도 1000럭스의 LED 스탠드를 출시했다. 알루미늄과 금속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깎아 부품을 만들다 보니 대량생산이 불가능했고, 값비싼 원자재를 사용하다 보니 고가로 출시할 수밖에 없었다.
온 힘을 다해 만든 제품이 팔리지 않게 되고 발뮤다는 파산 위기에 처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니, 인생 전체를 흔들어버릴 꿈을 찾아 오래 전의 기억을 꺼내 들었다. 초등학생 시절, 장수하늘소를 잡으러 나무로 다가가던 그때, 나뭇가지 사이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던 기억을.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그린팬은 그렇게 시작했다.
그린팬이 탄생하기까지, 잠을 잤다는 기억도 없이 그는 오로지 선풍기만을 생각했다. 그린팬에는 “한 번 성공해보면, 다음에도 반드시 성공할 거야”라고 했던 어머니의 말과 아버지와 함께 읽었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담겨 있고, 에스파냐 여행에서 보고 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이 스며 있으며, 청년 시절 록 밴드를 하며 사람들과 공감했던 마음이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