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 문제를 파헤치는 두 개의 시선
르포만화집 《내가 살던 용산》과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 함께 참여했던 김수박, 김성희 작가가 이번에는 삼성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문제라는 똑같은 소재를 가지고 각자의 개성을 담아 한 권씩 그려 냈다. 두 만화가는 비록 이 책이 얇디얇은 만화일 뿐이지만, 불편한 진실을 펼쳐 보이는 묵직한 역사가 될 것이라 믿으며 장면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담아 그렸다. 그래서일까? 어느 장면 하나도 쉬이 넘길 수 없는 무게감이 있다.
황상기 씨의 딸 유미는 열아홉 나이로 삼성반도체 공장에 들어갔다. 삼성에 입사한 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집에 왔다. 그런데 일을 한 지 2년이 지날쯤부터 딸은 몸이 아프다고 했다. 백혈병이란다. 딸의 병을 치료하면서 같은 병원에서 백혈병에 걸린 삼성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나려고 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게다가 딸과 같은 조를 이뤄 일한 동료 직원도 백혈병으로 죽었다. 혹시 딸은, 삼성에서 병을 얻은 것이 아닐까?
『사람냄새 :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에서는 한 아버지가 딸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리려고 할 때, 딸을 죽음으로 몰고갔던 장본인인 삼성은 무엇을 외면하고 무엇에 집중하고 있었는지 보여 준다. 언뜻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와, 삼성의 비리 및 3세 승계 문제는 함께 이야기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두 이야기를 적절히 배치해 넣으면서 한국 사회에 녹아 있는 삼성 문제를 하나로 묶어 냈다. 국민 기업 삼성이 진정한 일류 기업이 되려면 이제는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