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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한번 감았다 뜰까
글쓴이
조항록 저
출판사
문학수첩
출판일
2019년 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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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조항록

인간의 일생은 걷는 것이다, 라고 정의할 만하다. 모두 걸음마를 떼고부터 걷고 걸어 여기에 이르렀다. 그 긴 여정을 잠깐의 산책에 비유해도 이상하지 않다. 또한 오늘의 산책을 인생에 빗대어 이야기해도 과장만은 아니다. 산책은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면서 제자리를 맴도는 것. 때로는 옆으로도, 뒤로도 걸어가는 것. 인간은 산책하면서 관찰하고 생각하고 자성한다. 자기 자신에게 묻고 대답하는 자문자답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산책하는 인간이라야 비로소 이성과 지성의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산책하면서, 나는 나의 감정들을 내 것이 아닌 양 바라보기도 한다.

이십 대에 시인이 되어 시집 『지나가나 슬픔』, 『근황』, 『거룩한 그물』, 『여기 아닌 곳』, 『눈 한번 감았다 뜰까』, 『나는 참 어려운 나』, 『각각의 방식』을 썼다. 산문집 『멜로드라마를 보다』,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들』, 『나의 충분한 사생활』도 펴냈다. 우화집 『달팽이 사랑』, 『전생을 기억하는 개』도 있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빛 들지 않는 세계 속, 끊임없이 ‘밀실’을 짓는
‘비밀의 시인’ 조항록의 다섯 번째 시집


시인을 일컬어 ‘비밀’이 많은 사람이라고 정의해도 된다면, 조항록 시인은 시인 중에서도 유독 많은 비밀을 간직한 사람이다. 그는 시시로 “밀실”(「강박」)을 짓고, 그 속에서 자기만의 비밀을 꺼내어 본다. 그만의 밀실에는 부치지 못한 “밀서”(「내간체」), 끝내 “내다버리지 못한”(「입춘」) 무엇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이것들은 정녕 ‘비밀’일까. 그는 여느 시인들이 에둘러 감추는 오롯한 비밀들을 애써 숨기지 않고 비밀 아닌 듯 가만히 꺼내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는 담백하다. 단어를 굴리거나 에돌아가게 하지 않는 담담함으로 시어를 유연히 풀어놓는다.

조항록 시인은 흔히 이름은 있으되 얼굴은 없는 시인으로 불린다. 등단 27년의 세월을 채워가면서 묵묵히 작품을 발표하며 자기 시세계를 갱신하는데 게으름을 부리지 않았으나 좀처럼 문단 행사나 문인들과의 교류에는 인색한 편이어서 이런 불명예스런 평을 듣는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보면 충분히 그의 내성적 성격과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충분히 느껴진다.

1992년 『문학정신』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온 그는 “침착하면서도 정열이 있다. 호들갑스럽지 않고, 인식과 표현의 동시 운용에 무리가 없다. 좋은 재목 하나를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라는 평(황동규)을 받으며 시인으로 우뚝 섰다. 과연 조항록은 ‘좋은 재목’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단단히 여문 시어로 언어의 집을 지었다. 2016년 『여기 아닌 곳』에 이어 3년 만에 발표하는 『눈 한번 감았다 뜰까』는 그가 다섯 번째로 지어 올린 ‘시의 집’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시의 집에는 그만의 밀실(비밀의 방)이 가득하다. 그것이 그를 ‘비밀의 시인’이라고 명명한 이유다. “자신의 본색(本色)을 깊숙이 바라보고 있으며 섣불리 지나치기 십상인 주변의 작은 피사체들에도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기 아닌 곳』 책 소개문)이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집에서도 그는 따스한 관조의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그의 눈길이 머무는 자리, 바로 그곳에 그의 비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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