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숙의 평론집 『시가 빛났던 자리들』이 시작비평선 0019번으로 출간되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였고 1999년 「시와 시학」에 시로 등단하여 『학산문학』 편집위원을 역임하였다. 저서로 『한국 근대시의 흐름과 고원』, 공저 『한국의 대표시집 50권』 등이 있다. 현재 『시와 정신』 편집위원이자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시와 평론 등 다양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평론집 『시가 빛났던 자리들』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자의 평문과 서평이 각 장의 주제와 특성에 맞게 배치되어 있다. 제1부 「보이지 않는 세계를 껴안고」는 저자가 책의 앞머리 「단상들」에서 언급했듯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드러내는 시적인 감각과 주체의 상상력, 그리고 언어의 힘”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생성된 시단의 젊은 호흡과 분위기를 저자의 시각에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으며, 이러한 글들을 중심으로 저자가 관심을 두고 있는 시적 주제와 시의 본질을 곱씹게 하는 시들을 통해 한국 시단의 변화된 양상과 흐름을 짚어낸다. 제2부 「별빛들의 자리를 더듬어」는 저자가 문예지에 발표했던 시인론을 시기순으로 묶은 장이다. 이전에 발표되었던 시인들의 신작시들을 논하는 장으로써, 작가론과 작품론의 경계에서 우리 시단의 흐름과 분위기를 긴장감 있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 혹은 발전해 나가는 저자의 시적 사유를 탐미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제3부 「스쳤던 눈길들을 엮어」는 강희근부터 최문자까지 총 18명 시인들의 개별 시집을 논하는 장으로써, 제2부와는 다르게 보다 작가론적인 특색이 짙어진 글들을 중심으로 시인의 작품 세계를 다루고 있다. 우리 시단에서 꾸준히 논의되어 왔던 시집들을 저자의 시각에서 새롭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문학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으며, 시와 시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인 제4부 「오르페우스의 시선으로 돌아보라」는 저자가 큰 틀에서 한국 근대 시사를 망라하거나 흥미를 갖고 있는 주제를 다룬 평문이 수록된 장이다. 한용운, 김소월, 백석 등 근대 시인들의 시 세계부터 문학을 포함한 각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사랑과 여성성’을 주제로 한 평문까지 세계에 대한 저자의 폭넓은 시야와 깊이 있는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장이다. 제4부의 끝을 장식하고 있는 평문 「엔젤 아일랜드의 벽시와 재미 이민자 문학」은 저자가 2016년부터 1년간 미국에 체류할 당시 미국 이민자들이 남긴 엔젤 아일랜드의 벽시에 대해 알게 된 일화를 소개하는 글로써 문학의 존재 이유와 인간이 가진 존재의 유한성, 문학이 나아가야 할 길로 사유가 확장되는 과정을 저자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뜻 깊은 장이다.
우리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시가 빛났던 자리들”의 장을 하나하나 지나면서 어둠에 익숙해 있던 우리의 시적 감각과 사유가 환한 빛으로 깨어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하이데거가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 했듯이, 곽명숙의 평론집 『시가 빛났던 자리들』이 “시인들의 영혼에서 뽑아 지은 시편들이 은거하여 존재를 찾을 수 있는 작은 집”이 되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