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성계수 높은 서정성으로 삶에 대한 사유를 시 속에 녹여온 홍일표 시인이 5년 만에 펴낸 신작 시집. 홍일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한층 더 풍부해진 감각의 층과 깊은 상상적 미감에서 끌어올린 언어로 “대상과의 깊은 교유”를 매혹적으로 펼쳐나가며, 한편으로 시와 시인 자신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전개한다.
시인의 말에서 “대상과의 깊은 교유는 곧 귀신을 만나는 일이고, 단 한 번도 감각하지 못한 생의 숨결에 온몸이 젖는 것”이라고 밝혔듯이, 홍일표 시인에게 시는 대상과의 '만남'이며 '젖음'이다. 대상과의 깊은 교유는, 즉 “마음의 뼈에 유리잔의 실금처럼 풀여치가 다녀간 흔적”이며 “안개의 미세한 떨림”이자 “여자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남긴 한 획의 연민”이다. 여기서 시인의 시가 시작된다. 그렇게 “맨 처음 진흙과 같은 표정으로” “나무 그림자에 불을 질러/꽃 없는 봄을 완성하듯” 시인은 그림자의 문장을 완성한다. 지난 시집 『살바도르 달리풍의 낮달』과 단절된 색다른 면모와 진화된 시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