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댕과 모란디의 정물화에서
조안 미첼과 리히터의 작품까지 두루 아우르는
독창적 감수성의 작가 허스트베트의 본격 미술 에세이
저명한 작가 시리 허스트베트가 특정 미술작품의 의미를 다룬 에세이 아홉 편을 모은 책이다. 학창시절 조르지오네의 ‘폭풍’이라는 작은 그림을 만난 경험을 시작으로, 허스트베트는 우리가 예술에 반응하는 방식에 기억이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에 관해 얘기한다.
저자는 조르조네, 고야, 샤르댕, 모란디뿐만 아니라 조안 미첼과 게르하르트 리히터 같은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까지 두루 아우르며, 그림에서 포착하기 어려운 야릇함을 면밀하게 다룬다. 그동안 잘 안다고 생각했던 미술작품은 마치 처음 바라보는 것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전문적인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그림에 관해 조곤조곤 얘기하는 방식으로 주제를 풀어나간다.
복잡하고 애매한 그림에 완전히 푹 빠져드는 즐거움, 그림을 바라보는데 더 오랜 시간을 들일수록 새로운 신비와 놀람을 발견하면서 얻게 되는 즐거움을 완벽하게 포착하였다. 미술에 관한 많은 글 중에서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이미지 자체에 전권을 부여하는 허스트베트의 방식, 그림에 대해 말하기 보다는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기꺼이 듣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우아하면서도 기품 있는 명료함을 보여주는 그녀의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