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멸했어도 함께 살아온 비린내나는 기억은 여전히 살아 있을 테니…”
죽음을 앞두고 의식만이 살아 있는 '나'는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맴돌던 기억을 다시 불러낸다. 그것은 내가 서울에 올라와 대학을 졸업하고 막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동거했던 한 여자에 대한 것이다.
그녀와 변두리의 단칸방에서 소박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며 나는 자유로운 구라파적인 삶을 꿈꾸었었다. 그러나, 한 쪽 발은 여전히 고향에 걸친 채 끝내 어떤 선택도 하지 못했고, 고향의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그녀와의 관계는 그녀가 먼저 결별을 말하게 만드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머리는 그렇지 않은데, 몸이, 내 몸이 이제… 끝낼 때가 됐다고 끝내야 한다고…”
그렇게 모든 것이 과거가 되었다. 그녀의 냄새, 함께 살았던 공간·시간들, 그녀의 뒷모습… 그러나, 그녀에 대한 기억은 멀어질수록 뚜렷이 남아, 이제 사라질 ‘나’를 붙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