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간직한 광주와, 점령과 저항으로 얼룩진 팔레스타인의 어느 마을을 날실과 씨실로 삼아 정교하게 직조한 팩션(faction)이다. 작가는 이스라엘의 비열한 점령 아래 신음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문제를 우리의 광주와 함께 수면 위로 끌어올려, 두 도시에서 벌어지는 가족 해체와 공동체의 붕괴 과정을‘나’와‘사피나’를 시각을 통해서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야기의 단초를 제공하는 인물은 나의‘삼촌’이다. 광주항쟁 시민군이었던 삼촌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고 결국 생을 마감한다. 삼촌의 유언에 따라‘나’는 1992년 이후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던 팔레스타인의 나블루스를 10년 만에 방문하여, 미지의 여인을 찾아나서는 과정이 파노라마식으로 펼쳐진다.
작가의 전작 『국가를 위하여』가 권력으로부터의 완전한 자유를 꿈꾸는 모든 인간에게 던지는 끝없는 질문들이라면, 『미래는 남은 자들의 유서이다』는 국가의 폭력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한다. 국민을 향한 전형적인 국가의 폭력성을 드러낸 80년 5월의 광주, 국가 대 국가의 폭력이 아직까지도 자행되는 팔레스타인. 그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이 같은 이 두 도시의 결합은 작가의 뛰어난 역사의식과 맞물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엄청난 두려움과 고통을 깨치고 일어서야만이 국가 폭력이라는 거대한 괴물과 맞설 수 있다는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