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세계속으로'라는 프로그램을 참 좋아한다.
토요일 아침에 어지간하면 챙겨보는 프로그램인데,
걸세만의 매력이 있다.
일단 나는 짤막한 나레이션의 문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짧고도 임팩트 있는 여행지 소개에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책 속 글자들을 읽어나가는데, 걸세 방송을 보는 듯한 나레이션이
내 귀에 음성지원되는 듯 듣는 듯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참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다. 아마 이 방송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공감할지도 모르는 부분일거 같다.

일본편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걸세 제작팀이 함께 했다.
PD한 사람이 모든 제작과정을 책임지고 만드는 건 처음 알았다.
하긴 방송을 보면 가끔 PD가 카메라에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 현지
사람들과 장소,음식을 담고 있다. 출연진이 없다.
그래서 여행에 대한 목적을 충실히 담는게 아닐까 싶다.
다른 예능 여행프로그램은 출연자 중심이지만, 걸세는 여행의 목적에
그 힘을 싣는다.

아오모리의 논아트를 보며 생각했다.
정말 대단하다,멋지다라고 생각했지만, 일본은 자신의 벼 품종을
저렇게 개발하고 많이 가지고 있지만, 일제 치하에 있을 때 우리나라
벼의 여러 품종을 없애버리고 단순화시켜버린 것을 생각하면 씁쓸했다.
자기 나라의 역사는 중요하고 다른 나라의 역사는 짓밟아버리는 걸 보면
화가 났지만, 그것조차 또다른 역사의 기록이다.

소개된 많은 여행지 중에 가본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교토,오키나와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행을 정말 많이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나와 가족은 가보지 못했다.
사진과 글을 보며 여러 곳이 너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형편이 넉넉하여 시간과 돈에 얽매이지 않고
훌쩍 비행기를 탈수만 있다면 좋을텐데 못난 남편과 못난 아비가 되어
그러지 못한다는게 마음 아팠다.
규슈 올레길을 함께 걷고 싶고,료칸에서 온천,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사히야마 동물원,구시로 습원,도야호 불꽃놀이,오키나와의
슈라우미 수족관 등 많은 곳이 눈에 들어왔다.

보지 못한 방송을 책으로 만나보니 반가웠고 봤던 방송도 책으로 보니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딸이 좋아하는 쫄깃한 우동을 일본에서 함께 먹을 날을 기약하며
하루하루 더 열심히 살아가야겠다. 그러다보면 가족과 함께 이 책의
주인공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