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가 아버지와 문학가 딸이 10년간 벌인 삶에 대한 토론
이 책은 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망명 중인 비판적 지식인이자 중국 사상계의 거목인 류짜이푸와 현재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아시아·동유럽 언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딸 류젠메이가 1989년부터 1999년까지 팩스로 주고받은 편지 62통을 묶은 것이다. 사상가 아버지와 문학가 딸이 10년 동안 나눈 이 편지들은 학문세계와 현실세계, 동양 문화와 서양 문화, 아버지 세대와 자식 세대의 경계를 허물며 통찰한 참된 삶의 자세를 담고 있다.
부당한 현실에 저항한 지식인인 류짜이푸는 1989년 톈안먼사건 이후 중국을 떠나 망명길에 올랐다. 반면 류젠메이는 세속의 다툼과 증오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철학·우주·문학을 탐구했으며, 메릴랜드대에서 교수가 된다. 이렇듯 두 사람은 삶의 여정은 다르지만, 서로에 대한 존중과 수평적인 대화를 통해 유동적인 고향, 지식인에게 필수불가결한 진정한 사상, 여성성과 페미니즘 등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어 간다.
지식인 부녀의 성찰과 반성에는 동서고금의 다양한 명저와 명사가 등장해, 이를 읽는 독자들의 사색의 폭은 더욱 넓고 깊어진다. 『홍루몽』을 통해 존재와 우주에 대한 철학적 소명을, 『맥베스』를 통해 생명의 상태를 이야기한다. 조국애를 논하면서는 루쉰이, 진리의 상대화와 본질주의 해체를 논하면서는 푸코가 거론된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과 여러 명사들은 삶이라는 주제를 직시하게 하는 성찰과 반성을 이끌어낸다. 단순히 지식인과 대학 교수의 삶에 대한 토론을 넘어서, '인간답운 인생을 살기 위해 마음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에 대한 진솔한 대담이다. 2002년에는 홍콩의 10대 양서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