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 이야기』는 일본 현대사에서 가장 격렬했던 민중운동으로 기록되고 있는 나리타공항 반대투쟁(일명 나리타 투쟁, 혹은 산리즈카 투쟁)을 소재로 한 논픽션 드라마이다. 1992년부터 93년에 걸쳐 일본 고단샤의 주간지 〈모닝〉에 연재된 작품으로서 치밀한 취재와 조사를 바탕으로 당시의 현장감과 디테일을 풍부하게 살린 다큐멘터리 만화의 수작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무시한 채 이루어진 국제공항 건설 계획은 정부의 강권적 개발주의를 비판하는 일본 내의 민중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드높은 민중의 반대 목소리, 눈물의 호소, 분노의 외침을 뒤로한 채 정부는 폭압적으로 개발을 추진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체포,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수백 년을 나라님에 거스르는 일 없이 묵묵히 땅만 파먹고 살아왔던 농투성이들이 국가권력의 폭력과 모순에 유린당하고 상처입었다.
반세기의 터울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삶터와 주변 환경에 대한 애정이, 내 가족의 집과 땅과 논과 밭, 삶의 터전, 나아가 이 나라의 농업을 지키겠다는 소박한 일념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또한 내 삶이 파괴 되고 싶지 않다는 당연한 바람이 국가주의, 개발주의, 공권력,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적으로 외면당하는 현실이 변하지 않았다. 절차도 공론화도 없는 주먹구구식 강권적 행정의 비인권적 비민주적 행태가 뿌려댄 주민들 사이의 갈등과 반목, 형제, 자매, 부모자식 간에 생긴 씻을 수 없는 갈등과 상처의 모습도 그대로다. 거대한 국가권력에 맞서 피 흘리고 상처 입으면서도 끝까지 땅을 지켜내려 했던 농사꾼들의 이야기 속에서 현재 우리 주변의 모습을 대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