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과 철학의 만남
이 책은 생물학자와 철학자,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의 산물이다. 이 만남의 주인공은 『나는 미생물과 산다』 등을 통해 미생물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생물학자 김응빈(연세대 생물학과)과 『멜랑콜리 미학』『멜랑콜리아』 등을 통해 서양문화의 ‘멜랑콜리한’ 정체성을 탐구해온 철학자 김동규(연세대 철학과)이다. 전혀 다른 학문의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2012년부터 연세대에서 함께 진행해온 화제의 강의 [활과 리라]가 이 책의 밑거름이 되었다. 저자들은 “이질적인 두 학문 사이의 짜릿한 조율”을 통해 사유를 확장하고,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고단한 현대인들에게 ‘공생’의 지혜를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학제간 융합이니 통섭이니 하는 말이 회자되고 유행한 지는 한참 되었으나, 이처럼 생물학자와 철학자가 하나의 책을 공동집필한 사례는 (대화의 기록인 도정일?최재천의 『대담』을 제외하곤)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오랫동안 함께 공동수업을 이끌어온 경험에다 친밀한 대화와 치열한 토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생물학과 철학은 왜 만나야 할까? 현대는 과학의 시대다. 그중에서도 합성생물학,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등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생물학은 자연은 물론이고 자연과학적 지식의 주체인 인간 자신마저 변형시키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생물학이 사회와 문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수록 자연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숙고하는 철학적 기반은 필수 불가결하다. 또한 학문적 골동품으로 전락한 철학도 고전 주석에나 매달리는 사변의 무능력을 반성하고 이 시대 가장 활력적인 지식 분야와 만나 소생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생물학자와 철학자는 단순한 만남에 그치지 않고 한목소리로 두 학문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융합으로 나아간다. 그 융합의 지점에서 두 사람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대상은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생명, 그리고 그 생명의 원천인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