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초의 전문적인 ‘이야기꾼’(raconteur)으로서 초서Chaucer만큼 관객(독자)을 의식한 작가도 드물 것이다. 독자가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초서는 잘 알고 있었다. 초서는 당시 독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이야기의 소재를 사용하면 그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당시 독자에게 친숙한 이야기를 작품의 소재로 삼은 것 역시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초서는 과거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민담이나 로맨스, 우화 등을 자신의 이야기 소재로 즐겨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야기꾼으로서 그의 능력은 과거 이야기를 단순히 재생산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유럽의 다양한 이야기 기법들을 동원하여 단순한 구조와 스타일을 지닌 과거 이야기를 창작에 버금가는 수준의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 있다. 초서의 작품들에서 당시 독자들이 느낄 수 있었던 ‘새로움’은 영국 전통의 이야기 소재에 당시 ‘고급 문학 전통’(the Elite LiteraryTradition)을 형성하고 있던 유럽의 문학의 기법들과 스타일이 접목된 결과로 보인다.
『캔터베리 이야기』 속 이야기들에서 초서Chaucer가 즐겨 사용하는 내러티브 기법들과 스타일은 작품 속 하나의 절대적 관점이나 의미 혹은 작가의 의도를 독자에게 주입시키지 않는다. 진위 파악이나 도덕적 판단을 모호하게 하거나, 텍스트의 ‘열림’ 혹은 의미의 다양성을 독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독자 스스로 작품의 의미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점에서 초서의 작품에서 독자란 의미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수동적 존재이기보다는 능동적인 주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