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를 걸어간 사람은 많지 않다. 더욱이 목회자가 열하루, 부르튼 발을 절룩이며 그 길을 걸어갈 리 없다. 그런데도 지은이는 그 지겹던 여름, 폭풍을 헤치고, 뙤약볕을 받으며 380km라는 그 먼 길을 걸어갔다. 저자는 기회가 된다면 내 나라 내 땅을 걷자, 허리가 잘린 채 신음하고 있는,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고스란히 방치되고 있는, 피와 고름을 여전히 흘리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을 걷고 싶었다. 원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찾아든 아픔과 상처가 오래 전 마음에 두었던 일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일로 만들었다. 걸음걸이는 누가 보아도 한 마리 벌레 같았을 것이다. 가장 작은 존재가 되어, 가장 보잘 것 없는 존재가 되어 뙤약볕 아래 홀로 걸어가는 저자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영락없는 한 마리 벌레였다. DMZ를 따라 열하루 길을 홀로 걸으며 내딛는 걸음걸음이 이 땅의 속 깊은 아픔과 상처, 마음속 아픔까지를 호는(‘헝겊을 여러 겹 겹쳐 대고 바늘땀을 곱걸지 않은 채 성기게 꿰매다’라는 뜻) 걸음이 되기를 기도했다. 땡볕 아래와 폭우 속을 걸어가며 순간마다 간절함이 담기기를 원했던 걸음이었다. 그리고 시인의 따뜻한 눈으로, 목사의 영성의 눈으로 그 길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로 담아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면서 그는 삶의 여정 가운데 만난 수많은 이들을 기억 속에 호출한다. 그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순간 그들은 시간을 거슬러 그곳에 현존한다. 걷는 사람은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다. 바람처럼 스쳐간 인연이라 해도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얼굴을 떠올리고 함께 겪었던 시간을 회상하는 것 자체가 기도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