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메달, 마이클 프린츠 상, 가디언 상, 독일 청소년문학상, 룩스 상 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청소년문학상을 잇따라 석권하며 “청소년소설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멕 로소프의 신작. 지구와 인류의 역사를 창조하고 관장하는 하느님이 실은 사춘기 소년이라는 발칙한 설정 아래, 그리스신화와 우주물리학, 성경의 천지창조를 넘나들며 신과 인간 존재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포커게임에서 지구를 따서 철부지 망나니 아들한테 증여(?)한다는 황당한 설정에서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파멸로 치닫는 지구 문명의 어두운 미래를 경고한다는 점에서 커트 보네거트의 『제5도살장』을 얼핏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 작품은 청소년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또 다른 경지를 보여준다.
완전무결하고 무한히 선하신 하느님을 믿는 종교인들에게는 신성모독으로 여겨지겠지만(실제로 영국 크리스천 스쿨들이 저자 강연회를 거부하거나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작품의 핵심은 종교 비판에 있지 않다. 인간 존재의 부조리함(유한성, 악함, 탐욕,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난장판 같은 지구, 신도 더 이상 어쩌지 못할 만큼 망가질 대로 망가진 지구에 대한 작가의 연민과 고민이 오롯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작품에 등장하는 밥의 애완동물 ‘에크’와 고래는 멸종 위기 생물에 대한 작가의 각별한 관심이 집약된 상징물이다. 경쾌하면서도 묵지근한, 간결하고도 우아한 필치로 이 지구와 인간 세상의 역사를 아울러내는 기상천외한 묵시록적 블랙 코미디를 만끽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