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잘못으로 죽어 간 생명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아버지, 둘째 아들의 죽음을 부정하는 어머니, 아버지의 죄를 부정하는 큰 아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앤과 그녀의 오빠 조지, 남매의 아버지이지 조 대신 수감된 동업자 스티븐의 폭로로 인해 어느 날 불현듯 잊으려 했던 과거가 유령처럼 되살아나 일가를 위협하고, 삼 년 동안 애써 모든 것을 부정하며 잊으려고 노력했던 켈러 가족은 결국 충격적인 진실에 눈을 뜨고 파국에 직면하게 된다.
1947년 발표된 이래, 전 세계 극장에서 상연되며 사랑받아 온 이 현대의 비극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매커니즘과 그 안에 예속되어 각자의 양심을 잃어 가는 개인에게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이 세계에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아는 것"에 대해 준열한 음성을 들려주고 있다. 전쟁의 비인간성과 자본의 비정함 가운데 상처받는 인간 군상을 통해 현대 사회 안에서 개인이 겪는 '죄의식의 마비'를 정면에서 조명한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