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소설, 캠퍼스 소설은 이럴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깨고
11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본 집념의 소설
채드 하바크가 2000년부터 쓰기 시작한 『수비의 기술』은 2009년 말 크리스 패리스-램이라는 출판 대리인을 만나기 전까지 셀 수 없는 출판사와 출판 대리인들로부터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수비의 기술』은 줄거리만 놓고 보면 ‘야구 소설’, ‘캠퍼스 소설’인데, 이 분야엔 이미 너무 많은 책들이 나와 있어서 진부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이 갖고 있는 엄청난 문학성과 재미를 몸소 확인한 패리스-램은 『수비의 기술』이 모든 우려와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는 의욕적으로 홍보에 열을 올렸고, 그 결과 ‘스크리브너’와 ‘리틀 브라운’이라는 미국 출판사의 양대 산맥이 신인 작가의 데뷔작 출판권 확보를 놓고 경매에 참여하는 극적인 상황까지 맞게 된다.
고등학교 때 야구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하바크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야구는 팀 게임이고, 팀 동료들은 일종의 가족과도 같지만, 필드 위에 선 선수들은 철저히 혼자다. 팀 동료들은 서로 믿고 지원해주지만, 중요한 순간 그들은 곤경에 처한 선수를 구할 수는 없다. 그것이 내가 야구에 매료된 이유다.” 그는 이렇게 야구에 매료되어 야구를 소재로 『수비의 기술』을 썼지만, 이 작품을 꼭 야구 소설로 볼 필요는 없다. 청춘, 성장, 좌절, 재기, 절망, 희망, 우정, 사랑 등 다차원의 수많은 매력이 이 작품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리뷰도 이런 점을 언급했다. “진실과 아름다움, 그리고 온전한 인간의 조건을 그것의 글러브 안에 담는 것이 야구소설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면, 『수비의 기술』은 야구소설로만 볼 수 없다. 아니, 절대 야구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캠퍼스 소설이고 남자들의 우정에 관한(브로맨스) 소설이며, 매너에 관한 희극, 에러에 관한 비희극이다.”
『수비의 기술』이 기존의 단순한 스포츠 소설이 아니라는 점은 주인공 헨리의 포지션이 투수나 타자가 아니라 내야 수비의 중심인 유격수라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수비의 기술’이란, 그 의미를 확장해보면, 인생의 그라운드에 느닷없이 찾아오는 위기를 수비하는 기술이다. 매 게임마다 승승장구하며 메이저리거로서의 장밋빛 미래를 꿈꾸다 어느 순간 송구를 할 수 없게 된 헨리, 지원한 로스쿨에 모두 떨어지고 빚만 남은 채 대학 졸업 후 갈 곳이 없어진 마이크, 느지막이 찾아온 어린 동성 연인과의 사랑에 고민하는 어펜라이트, 실패한 결혼 생활을 너무 일찍 겪은 펠라 등, 저마다의 이유로 상처 받고 아파하는 주인공들이 그리는 드라마는, 그들이 서로서로의 영혼을 채워주며 한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은 감동 그 자체다. 그들이 쏘아 올린 것은 파울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