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의 숲' 21, 22권.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과 더불어 20세기 유럽 문학을 선도한 작가로 평가받는 헤르만 블로흐의 대표작. 고대 그리스 로마의 문화적 유산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있는 인물들이 있다.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 〈베르길리우스의 죽음〉은 로마의 대시인 베르길리우스의 마지막 순간을 통해 삶과 죽음, 예술과 인생의 관계를 재조명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황제의 생일 축연을 위해 그리스로 향했던 여행을 접고 항구도시 브룬디시움으로 돌아온 베르길리우스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자신의 대표작이자 로마 그 자체라 평가되는 〈아이네이스〉를 불태울 것을 결심한다. 아니, 그래야 함을 깨닫는다. 동료 시인 루키우스와 프로티우스는 작품의 탁월함을 들어 이를 제지하려 하고, 황제 아우구스티누스는 로마 제국이 상징하는 인간의 과업 자체를 부정하는 처사라며 반대 의견을 펼친다. 그들과의 논쟁을 통해, 이 로마의 대시인은 죽어 사라지고 마는 인간이 과연 창조라는 과업을 이루어낼 수 있는지, 지상에서의 삶과 인식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되짚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