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문화 정체성의 기원과 이해를 위한 이탈리아 20개 주 이야기
이탈리아나 로마를 소개하는 책은 의외로 많다. 이 책도 그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 책은 기존의 문화, 관광 위주로 이탈리아를 소개하고 있는 문화서들과는 몇 가지 점에서 다른 특징을 갖는다.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지만, 나라보다는 주(우리나라의 도에 해당) 단위의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지역에 기반하여 이탈리아의 문화 정체성을 다룬다. 문화 정체성이라는 용어가 다소 무겁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탈리아가 유럽 문화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여 유럽 문화의 기원과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당면 문제를 정치사회적 시각에서 풀어내고 있다. 이탈리아 문화서들이 대부분 역사유적과 관광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이 책은 정치사회적인 성격을 띤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남유럽 나라로서의 이탈리아 문화서. 대부분의 나라들이 안고 있는 사회문제를 7년 동안 유학생 신분으로 살아 온 저자의 경험과 학문적 과정으로 풀어낸 것이 이 책이다.
그렇게 보면 이 책을 문화서라고 간주하기는 어색할지도 모른다. 문화서라고 하기에는 정치, 사회, 노동 등 너무 무거운 주제들이 들어 있고, 그 기술 또한 상당히 전문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이탈리아를 사랑하고, 이탈리아에 대해 흥미를 가진 독자들에게 다른 책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관점과 내용을 전달한다. 유서 깊고 아름답지만 그 속에 감추어진 아수라 백작의 이미지를 가진 이탈리아는 지금까지 듣고 보아온 내용들과는 너무나 다를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다름’에 대한 저자의 시각과 인상을 중심으로 현대 이탈리아의 여러 사회 문제들에 대해, 그리고 지역과 도시들에 대해 서술한다. 혼란스러운 이탈리아의 국가적 정체성, 그리고 각기 독특한 역사와 문화, 집단의식을 가진 이탈리아 20개 주의 통일과 분리, 긍정과 부정, 사랑과 증오의 생 얼굴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