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인생의 가치,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
자신의 이름 앞에 늘 [또 다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하는 인생이 있다. 데이비드 스미스, 스물여섯 살, 뉴욕에 사는 빈털터리 예술가, 그리고 미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조각가 [데이비드 스미스]와 같은 이름, 심지어 그 데이비드 스미스처럼 [또 다른 데이비드]도 조각가이다. 가족이 모두 일찍 세상을 뜨고 혼자 남겨진 데이비드는 수중에 남은 몇 달러와 위스키로 자신의 생일을 보낸다. 돈도 의욕도 작품도 사람도 그 어떤 것도 소유하지 못한 데이비드 앞에 누군가가 나타나 나지막이 묻는다. [데이비드, 예술을 위해서라면 뭘 걸겠니?]
오래전에 사망한 큰할아버지 [해리]의 모습으로 등장한 죽음의 신은 데이비드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예술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주겠느냐고. 데이비드는 어릴 적부터 소망해 온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한다. 뭐든지 맨손으로 뚝딱 만들어 내는 슈퍼 조각가. 매일 밤 꿈에만 등장하는, 아주 크고 굉장하며 아름다운 조각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그리고 거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다. 데이비드는 상상하는 모든 것을 자유자재로 조각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이 20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을 창작할 것인지 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희열에 차서 만든 첫 번째 작품들은 주제가 흩어져 있다는 이유로 비평가와 구매자들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큐레이터 친구에게조차 외면당하자 데이비드는 더욱 더 절망에 빠진다.
죽음의 신과 약속한 기한이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에는 인생의 사랑이자 운명을 만나게 되고, 데이비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또 다른 장벽에 부딪힌다. 책의 프롤로그부터 흥미진진하고 빠른 전개로 단박에 독자를 사로잡는 이 책은 이성을 넘어서는 절실한 희망에 관한 이야기, 젊은 연인의 서툴고 성급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뉴욕의 매력적인 거리 풍경까지 담고 있다. 또한 작고, 따뜻하고, 인간적인 삶에서 만나게 되는 순간순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바로 밑에 숨어 있는 강력하고 세찬 힘에 관한 이야기이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