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더불어 역사와 씨름하며 건너온 날들에 보내는 헌사
문학평론가 김병익의 빼어난 산문 모음집
김병익은 식민지, 해방, 전쟁, 유신, 민주화 등 우리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모두 겪은 세대다. 모국어로 생각하고 글을 쓴 첫 세대(4·19세대)라는 정체성 위에서 자신의 문학과 비평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문학·학술·출판 분야를 두루 다루는 문화부 기자로 시작해서, 문학평론가, 편집자, 발행인, 번역가, 칼럼니스트, 서평가 등 책과 관련 있는 거의 모든 분야를 거쳐 왔다. 책의 주변에서 평생을 살아온 셈이다. 산수(傘壽)가 넘은 지금에도 칼럼을 연재하고 느슨할지언정 손에서 결코 책을 놓은 적이 없는, 그는 여전히 현역이다.
이번에 펴낸 『인연 없는 것들과의 인연』은 그동안 써온 많은 글들 가운데 애착이 가는, 기억에 남는 글들을 엮은 산문선이다. 혈기왕성한 젊은 지식인으로서 시대와 역사를 고민하며 쓴 진지한 글들을 중심으로, 독서와 문학의 언저리, 그리고 삶의 순간순간 느끼고 생각한 내면적인 글들이 알차다. 비평, 칼럼, 서평, 단상, 잡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모두 시대와 삶을 품어 안는 비평가적 사유와 성찰이 빼어난 산문들이다. 이 책은 글마다의 끝에 덧붙인 ‘p.s.’가 인상적이다. 저자는 자신의 옛글들을 다시 읽으며 그 글을 쓸 때의 분위기, 사연, 열정, 고통스러움, 뒷이야기들을 짧게나마 추신을 단 것인데, 이는 지나간 것들에 대한 현존감의 소망이며 되찾을 수 없는 것들을 향한 호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