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의 제국』은 장수말벌을 의인화하여 그들의 일생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범상치 않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무섭고 혐오스럽다는 편견 덕에 먼 존재로만 여겨졌던 장수말벌을 우리 눈앞에 갖다 놓았다. 우리의 오해와 달리 장수말벌의 실상은 매우 흥미진진하고 신기하고 놀랍기까지 하다. 저자 햐쿠타 나오키는 방송작가 시절 장수말벌을 취재한 경험을 토대로 장수말벌 제국의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냈다.
『딸들의 제국』은 약육강식,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자연 세계의 단순하고도 절대적인 법칙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기발한 상상력으로만 무장된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아니라 철저한 고증과 확인 작업을 통해 장수말벌 제국의 일생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놀라운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 문학적 상상력, 현실감 있는 캐릭터 설정, 속도감 있는 전개를 통해 끝까지 읽게 만드는 재미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장수말벌들이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고 있고, 제국의 리더인 여왕벌이 없는 혼란한 상황에서도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시스템을 유지하는지를 알게 되면 감탄을 금하지 못할 것이다. 장수말벌을 둘러싼 다른 곤충계들의 이야기도 또 하나의 재미있는 요소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곤충들은 장수말벌들의 먹잇감이기도 하지만, 장수말벌들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게 만드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장수말벌 제국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그 이야기들을 쫓아가다 보면 장수말벌 세계가 움직이는 메커니즘이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을 것이다. 이 소설의 저자는 대단히 영민하다.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플롯과 풍부한 과학적 정보, 그리고 장수말벌 제국의 흥망성쇠 속에 삶과 죽음의 문제, 꿈과 정체성의 문제를 자연스레 녹여 독자들이 충분히 생각할 거리까지 제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