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학계는 오랜 기간 다음의 두 주제, 1) 바울의 은혜 신학과 2) 바울의 은혜 신학이 유대 전통과 맺고 있는 관계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많은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오고 있다. 바클레이의 『바울과 선물』은 바로 이러한 정황 가운데 등장했다. 바클레이는 이 책에서 “선물” 개념(특히 하나님의 선물)에 집중하면서 은혜와 선물, 이 두 개념이 하나로 결합될 수 있는 갈라디아서와 로마서를 근거로 기존과 다른 시각에서 바울의 은혜 개념을 조명한다. 이는 바울의 은혜 신학과 관련하여 옛 관점(old perspective)과 새 관점(new perspective) 양 진영에 속해 있는 모든 이들에게 흥미로운 대안으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바클레이는 바울이 “은혜” 개념을 사용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행위를 언급했을 때, 실제로 바울이 염두에 두고 있었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보다 더 새로운 혹은 신선한 관점을 제시한다.
I부는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바울 연구의 토대가 되는 내용을 아우르고 있다. 1장은 그리스-로마 세계에 존재했던 선물의 상호성을 설명한다(공적 시혜, 후원 제도, 선물에 대한 유대교 및 스토아 학파의 개념). 2장은 관련 자료들을 사용하여 선물(은혜)의 여섯 가지 극대화를 분류하여 선물(은혜)이 지닌 다가치성을 입증한다. 그 여섯 가지 극대화는 다음과 같다. 1) 초충만성: 하나님의 은혜는 그 양과 중요성, 그리고 그 지속성에 있어서 과도할 정도로 풍부하고, 중요하며 영속적이다. 2) 단일성: 은혜의 수여자이신 하나님의 속성에는 특이할 정도로 자비로움만 포함된다. 3) 우선성: 은혜는 그 수혜자의 사전 요구와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먼저 주어진다. 4) 비상응성: 은혜는 그 수혜자의 가치나 상태가 어떠하든 이를 무시하고 주어진다. 5) 유효성: 은혜에는 그것이 원래 의도한 목적을 성취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다. 6) 비순환성: 은혜는 답례를 요구하지 않는다. 3장은 다음과 같은 인물들과 연구를 중심으로 은혜의 관점에서 바울의 수용사를 탐구한다: 마르키온, 아우구스티누스, 루터, 칼뱅, 바르트, 불트만, 케제만, 마르틴, 샌더스, 새 관점.
II부에서 바클레이는 4-10장에 걸쳐 샌더스의 “언약적 율법주의”에 이의를 제기하는 “선물” 개념을 제시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5개의 제2성전 시대 유대 문헌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솔로몬의 지혜서, 필론의 저술, 호다요트, 위(僞)필론의 『성서고대사』, 에스라4서.
III부(11-14장)와 IV부(15-17장)는 선물의 관점에서 갈라디아서와 로마서를 해석한다. 바클레이는 이 두 서신의 해석을 통해 “선물”이 “은혜”의 다가치적 개념을 꼭 알맞게 설명해준다는 결론에 도달하는데, 그 이유는 은혜의 서로 다른 극대화 개념이 아무런 모순 없이 이 두 서신에 분명히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라는 선물의 비상응성(이 선물은 수혜자의 합당한 가치를 요구하지 않는다)에 방점을 두고 있는 바울의 은혜 신학은 유대교적 “은혜” 관념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성격의 바울 신학이 유대교의 특정 견해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바울과 선물』이 주는 유익은 분명하다. 독자는 이 책에서 바울의 은혜 신학과 관련된 풍성한 그러나 엄선된 자료들과 이 자료들에 대한 저자의 해박하고 깊이 있는 사회학적, 해석학적, 주석적 통찰을 흡족하게 맛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신약학의 한 영역으로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바울의 은혜 신학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줄 것이다. 기독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은혜”의 기본 함의 및 행위와의 관계에 관심이 있는 각 분야의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분명 신선한 충격과 함께 적절한 유익을 줄 것이다. 특히 바울의 은혜 신학 수용사 부분과 갈라디아서 및 로마서 주석 부분은 설교 준비와 성경연구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목회자들이 틈틈이 참고할 경우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더라도 좋은 선물과도 같은 도움을 지속적으로 얻게 될 것이다. 필경 이 책은 금세기에 출간된 가장 탁월한 바울 신학 도서로서 고전의 지위를 누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