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인간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황소의 시선으로 담담히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꿈꾸는 황소』는 처음 읽는 순간 바로 이런 질문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만든다.
책은 고웰 농장에서 벌어진 잔인하고 끔찍한 이야기이다. 황소 에트르는 자신의 갈라진 발굽과 등에 붙은 파리, 입안 가득 들어 있는 풀을 부끄러워한다. 울타리 안에 갇힌 에트르는 비록 무력하지만 줄기차게 자유를 갈망한다. 에트르는 아무런 생각 없이 풀을 뜯고, 싸우고, 몰이를 당하는 다른 소와 달리, 이 농장 안에서 유일하게 ‘생각하는 존재’이다. 에트르는 엄마와 다른 소들이 한번 들어가고 난 뒤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던 자작나무 건물이 저 넓은 세상으로 가는 탈출구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정작 그곳에 도착한 에트르는 끔찍한 악몽과도 같은 진실을 목격하고 만다. 자작나무 건물은 소들의 무덤이자 제단일 뿐이었다. 에트르가 사랑한 유일한 암소는 그곳에서 도살자의 날카로운 칼 아래 형체도 알 수 없이 해체되고 만다. 에트르는 이제 끔찍한 진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이 잔인한 살육을 멈출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에트르는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여기서 나가야 한다. 이 거대한 울타리에서 한시바삐 탈출해야 한다. 이제 에트르는 잔인한 현실이 쉽게 허락하지 않을 희망을 꿈꾼다. 그러나 에트르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는 너무나 무력해서 우리의 귀에, 다른 소들의 귀에 잘 들리지 않는다.
“가끔 나는 내가 지금처럼 생각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울타리 밖을 내다보기보다는 울타리 안을 바라보며 사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울타리 같은 것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는 편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소들은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짧은 후회를 남긴 에트르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풀을 뜯어 입안 가득 담는다. 어쨌든 세상의 현실은 소에게나 우리에게나 녹록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고개를 들고 희망을 꿈꿔야 한다. 에트르가 힘주어 말하듯이 “자신이 한 번 느낀 감정을 무시하며 사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