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닥치고 경제’만이 능사일까
철학자 이진경이 쓴 본격 정치평론집
『뻔뻔한 사회, 한 줌의 정치』는 그간 급진적 이론과 실천의 방법론을 소개해온 ‘탈주의 철학자’ 이진경이 써내려간 최초의 본격 정치평론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깊이 있는 철학적 통찰에 기반한 풍자적이면서도 명쾌한 문장으로, 논리 정연한 정치비판이 읽는 이에게 선사해줄 수 있는 쾌감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재 우리 사회를 ‘뻔뻔함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규정한다. 이는 현 정부를 비판적으로 가리키는 것만은 아니다. 사회 일반을 관통하는 전반적 정서나 행동에도 뻔뻔함이 만연하다고 본다. 자신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어떤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는 후안무치의 사회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정치와 지배의 차이에 대해서 말하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줌의 정치라고 말한다. ‘한 줌의 세력’이 지배적 가치에 반하여 만드는 정치적 여백이야말로 정치라는 말에 제대로 값한다고 보는 것이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촉구하던 투쟁, 위안부 할머니들의 집회 등, 지배적인 가치에 반하는 가치와 사고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이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그들에게 기꺼이 힘이 되어주려는 동참하는 외부세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 책은 정치사회적 이슈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상적 풍경에 담긴 함의를 반성적으로 살펴본다. 우리 사회에서 ‘방역’이란 이름의 거대한 소 돼지 학살이 어떻게 자행됐는지 면역 관념의 변천사를 통해 알려주며, 인간에게 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사육되는 동물이나 인간에게 어떻게 하면 죽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사는 실험동물 이야기를 통해 근대의 생명논리를 비판적으로 묻는다.
인간과 생명의 관계만이 아니다. 자연도태나 약육강식과 같은 다윈의 진화론이 어떻게 맬서스의 인구론과 연결되었는지 보여줌으로써 우월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비정함이 사실은 진리가 아닌 시대적 패러다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상의 불편한 진실과 근본적으로 마주보기 시작할 것을 권한다. 그러할 때만이 비로소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능력이 생성되어 현실의 모순이 지닌 처참하거나 혹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