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계를 차고 새들의 피로 그린 지도 속으로 떠나는 여행
달력에 없는 시간, 지도에 없는 공간,
그 알 수 없는 ‘사이(間)’를 온몸으로 지나온 자의 지독한 여독
그렇게 살아지고 사라지는 당신의 눈을 달래다
2009년 제28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시차의 눈을 달랜다』는 ‘현대 시를 이끌어 갈 젊은 시인’, ‘가장 주목해야 할 젊은 시인’ 등으로 뽑히며 새로운 언어와 발상과 이미지로 시적 문법을 새롭게 쓰고 있는 시인 김경주의 세 번째 시집이기도 하다.
시인은 여행을 한다. 그에게 여행은 떠나기 위한 것이 아닌 돌아오기 위한 것이다. 그는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돌아왔을 때의 여진” 즉 시차에 의한 여독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차(時差)를 겪고 나면 시차(視差)가 생김으로써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집에 실린 61편의 시들은 그 여행의 기록으로서, 방랑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그는 뛰어난 시적 재능에 수려한 외모, 게다가 대필 작가, 학원 강사, 심지어는 야설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이력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또한 대학을 네 군데나 옮겨 다니는가 하면, 딱히 정해진 주소지도 없이, 1년에 두세 달은 여행을 하며 보내는 등 그의 삶 자체가 여행이라 할 수 있다. ‘문단의 괴물’로 불리는 그는 영화, 연극, 음악, 사진, 미술 등 텍스트를 넘어선 다양한 전방위 문화 활동을 펼치며 시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늘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찾아 그는 오늘도 떠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지독한 여독을 앓은 후, 쓸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당신의 눈을 달래 줄 그만의 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