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밥값도 못 하면서 무슨 짓이람』은 제1부 봄부터 제4부 겨울까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 쓰는 농부이자 농사짓는 시인으로서의 삶이 각 부의 계절적 특성과 어우러지면서 묘한 긴장감과 정서적 충만감을 불러일으킨다. 시집 전반의 사건이자 배경이 되는 농사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는 시인의 삶을 계절의 순환처럼 자연스럽게 풀어놓은 듯 보이지만, 그 기저에는 철저한 자기 인식과 성찰에 기반한 삶에 대한 은유로 가득 차있다. 시집의 해설을 쓴 정도상 소설가가 “농부의 자아는 그의 삶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그의 영혼 속에 농부가 들어있지 않다면 그는 시인이 될 수가 없다”고 말했듯이, 시인에게 있어 “농부이면서 동시에 시인인 상태”는 시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시 쓰기의 출발점이자 궁극적 지향점이 된다. 표4를 쓴 김영춘 시인의 말처럼 박형진 시인은 “가슴팍만 한 밭에서 태어”나 “사시사철 밤낮없이 싹이 돋아나고 잎이 피어”나는 언어의 텃밭을 마치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농부의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가꾼다. 연약한 새싹에 물을 주듯이 눈물로써 언어의 결을 만들어 시의 토양을 일구어내는 시인의 진정성은 단순히 농촌에 국한된 정서가 아닌, 삶 가까이에 머물며 언제나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 자연의 얼굴과 닮아있다. 이번 시집에서 우리는 자연의 섭리와 이치를 일깨워 주고 나아가 작금의 시대를 성찰케 하는 그 얼굴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