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5일부터 8월 26일까지 104일 간의 그림 기행
김세진 작가는 대학생이던 2016년에 종로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로 사회참여를 시작했다. 지킴이 활동을 하던 작가에게 어느 날 한 시민이 “전국에 있는 소녀상이 몇 개인지, 어디 있는지 아느냐?” 하고 물었지만, 정작 소녀상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시민이 건네준 ‘전 국 소녀상 지도’를 보고 우리 나라에 세워진 소녀상을 일일이 찾아가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었 다.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두어 달은 공장 건설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틈틈이 전국 소녀상 위 치를 조사했다. 그리고 2017년 5월 15일, 마침내 길을 나섰다. 작가는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시작으로 경상, 전라, 충청, 강원, 경기를 거쳐 서울까지 모두 75곳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갔다. 낮에는 그림을 그리고, 밤에는 소녀상 옆에서 잠을 잤다. 《평화의 소녀상을 그리다》는 우리 나라 곳곳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직접 만나고 돌아온 104일 간의 여정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했다.
지역마다 특색 있는 전국 평화의 소녀상을 기록한 책
1997년 경기도 광명 나눔의집에 처음 소녀상이 세워지고, 서울 종로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 일마다 열리는 ‘수요집회’ 1000회를 기념하기 위해 두 번째 소녀상이 세워졌다. 그 뒤로 일본군 ‘위 안부’ 피해 할머니를 기리고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뜻을 모아 전 국에 평화의 소녀상을 하나 둘, 세우고 있다. 보통 ‘소녀상’이라고 하면 모두 똑같이 생겼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돌로 만든 토템 같은 투박한 소녀상(경남 통영), 댕기머리를 한 소녀상(전남 나주), 뒷모습을 보여 주는 소녀상(경기 부천), 한국과 중국 소녀가 함께 있는 다국적 소녀상(서울 성북)처럼 지역마다 표정도, 자세도, 배경도 다 다 르다. 작가는 ‘평화의 소녀상’이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는지 전국을 뚜벅뚜벅 다 니며 직접 보고 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제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넘어서서 평화 와 인권 운동의 상징이 되고 있다. 작가는 지역마다 특색 있는 소녀상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건립 과 정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기록했다. 2017년 5월까지 세워진 소녀상을 기준으로 그림 기행을 시작했 는데, 그러는 중에도 소녀상이 계속 세워져 처음에 계획했던 것보다 일정이 더 길어지기도 했다. 김세진 작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111개의 소녀상이 있다. 소녀상이 세워진 위치, 건립 날짜, 소녀상을 만든 작가, 공공조형물 지정 여부를 조사해 책 뒤에 부록으로 실었다. 누구의 도 움도 없이 혼자서 전국을 다니며 일구어 낸 값진 기록물이다.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작은 걸음
김세진 작가는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전국 소녀상을 찾아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했다. 그림을 그리며 만난 시민들에게도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권하고 있다. 정대협에서 만든 소식지를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일, 책상 위 작은 소녀상 기금 마련에 동참하는 일, 소녀상을 관리하는 시민단체 활동에 함께하는 일 들이 그것이다. 작가는 이 책이 계기가 되어 12·28한일합의 폐기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이끌어 내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