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생태학은 불온한가?
‘불온’은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생태학은 왜 불온해야 하는가? 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생태학은 전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산업문명의 기치인 성장제일주의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목표 역시 성장제일주의에 사로잡혀 있으먀, 인간의 모든 가치를 성장에 맞추어 버린다. 생태학은 이런 성장주의에 근본적으로 반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학은 우리의 체제부터 생각, 습관, 행동까지 하나하나 바꿔나갈 것을 요구하는 가장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수준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불온한 생태학』에서 제시하는 탈성장은 인류의 멸종이라는 최악의 환경 재난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최선이자 단 하나의 종착지다. 탈성장은 기본적으로 현대 물질문명을 버리고 조금씩 과거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저자는 학자들의 주장을 빌어 기존의 산업사회를 탈성장의 검소한 사회로 변모시키기 위해 성장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생산 관계의 구조를 재편하며, 토지의 재분배가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탈성장 사회의 미래는 성장제일주의에 물든 지금의 우리에게는 쉽지 않은 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역 공동체가 기반이 된 탈성장 사회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삶의 의미를 가르쳐줄 것이다.
저명한 환경운동가인 저자는 세계 정상들이 모인 회의에서 얼마나 허울상의 대책만 논의되고 있는지 날카롭게 지적하고 복잡한 법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있는 환경 정책들을 제안한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논의들이 근본적이면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다뤄지고 있어 운동가이자 정책가로서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점은 환경을 다루는 다양하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도판자료에 있다. 환경 문제를 다룬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과 사진들은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뿐 아니라 환경 관련 사진집이나 환경 관련 사진전을 둘러보는 듯하여 환경 위기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킨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짚어주는 『불온한 생태학』은 생태학 논쟁의 최전선을 쉽고 흥미롭게 밝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