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술가소설에 나타난 문제의식은 문학과 정치, 예술성과 사상성,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의 대립 구도 속에서 길항해 온 우리 근대문학의 특징적 국면과 연결된다. 지금 우리는 그 이분법적 구도 자체가 무화되거나 무의미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근대문학의 형성 이래 그것은 언제나 우리 문학의 중심 화두였고, 논쟁과 갈등의 진원지였다. 이는 어쩌면 우리 문학이 문학 밖의 현실에 대한 교섭과 계몽의 책무를 벗어나서 무작정 예술이라는 이름의 유토피아로 나아갈 수 없는 혹은 나아가지 못하게 막는, 어지러운 현실과 역사를 살아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이 우리의 근대문학은 문학 외적 현실에 대한 규정력과 계몽의 역할에 치중해 왔고, 문학의 언어로 현실을 번역하고자 하는 미학적 태도에 강박되어 왔다. 시대의 운명, 시대의 얼굴이 곧 자신의 얼굴이라고 믿는 우리 문학사의 계몽적 전통은 현실에 대한 요청으로부터 벗어나는 심미적 가상의 상태를 쉽게 수락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문학에 자주 결락되어 있는 것은 심미와 탐미, 환상을 향한 예술적 욕망이며, 예술의 자율성과 절대성에 대한 옹호와 추구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