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와 새로운 폭력의 시대
흔히 기후 변화 하면 빙하가 녹고, 북극곰이 유빙에 고립되고, 섬나라가 물에 잠기는 장면을 상상한다. 그런데 크리스천 퍼렌티에 따르면, 기후 변화는 자연의 변덕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는 『왜 열대는 죽음의 땅이 되었나』에서, 이미 기후 변화가 지구 곳곳에서 갈등과 전쟁, 이민과 배척, 기아와 죽음을 야기하고 있음을 생생한 언어로 증명한다.
지구 반대편의 남방 개발도상국들이 경제적 파탄와 반군 게릴라, 난민들로 국가 붕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면, 북방 선진국들은 요새 국가로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기후 변화로 곤경을 겪고 있는 나라들은 하나 같이 냉전 시대의 대리전쟁과 군국주의, 그리고 신자유주의로 역사적 왜곡을 겪은 나라들이라는 것이다. 케냐,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인도, 파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브라질, 멕시코 등의 나라가 이들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발전한 선진국들도 안전하지 않다. 기후 변화로 붕괴 일로에 있는 나머지 세상이 그들을 가만둘 리 없다. 기아, 질병, 광신, 폭력으로 점철된 나머지 세상이 결국에는 ‘무장한 구명정’을 전복시킬 테고, 모두가 같은 늪으로 빠져들 것이다.
크리스천 퍼렌티는 비극적인 재앙의 현장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래를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데에도 뜨거운 심장과 냉철한 이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기후 변화 ‘완화’와 ‘적응’의 원래 의미를 되새기면서, 북방 선진국이 기존의 배제와 진압을 기본 개념으로 삼는 ‘무장한 구명정’ 방식의 적응이 아니라 적극적이고도 진보적인 ‘완화’와 ‘적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