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풀이는 유전자의 명령
화풀이는 거의 모든 생명체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복이나 복수가 가해자에게 직접 고통을 되갚는 일이라면, 화풀이는 나의 고통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대상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어찌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우리는 왜 우리의 고통을 스스로 감내하지 않고 타인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것일까?
진화생물학자인 데이비드 바래시와 정신과 의사인 주디스 이브 립턴 부부는 인류에게 각인된 복수와 화풀이 본능이 우리의 역사와 사회, 문화를 어떻게 지배했으며, 우리에게 어떤 고통을 유발했는지 파헤치고 분석한다. 그들은 생리학, 동물학, 진화론, 사회?문화적 전통, 역사, 문학과 예술을 가로지르며 온갖 실험과 관찰, 기록과 문헌, 사건과 현상 등을 광범위하게 인용하면서 복수와 화풀이 성향에 대한 이론적이고 과학적인 배경과 근거를 제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화풀이의 원인을 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심리학의 틀을 통해 좌절감이 인간의 공격성을 어떻게 이끌어 내는지 증언하고, 정신분석 이론과 화풀이를 연계하며, 생리-심리사회적 메커니즘을 통해 희생양 만들기의 역사를 돌아보는 식이다. 독자들이 시대와 경계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복수와 화풀이에 대한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지적 여행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