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취리히발 상트페테르부르크행 열차에 레닌은 없었다!
1917년 레닌은 취리히발 상트페테르부르크행 열차를 타지 않고 러시아에서는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스위스에서 혁명이 일어나 스위스소비에트공화국(SSR)이 설립된다. 크리스티안 크라흐트의 세번째 장편소설 『나 여기 있으리 햇빛 속에 그리고 그늘 속에』는 1차대전이 끝나지 않고 96년 동안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대체역사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SSR 뉴베른의 당지도원인 ‘나’는 어느 날 비밀 전보를 통해 스위스령 잘츠부르크의 혁명위원회로부터 브라친스키 대령이라는 사람을 체포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러나 브라친스키는 이미 도망쳤고 ‘나’는 그의 뒤를 추적한다. ‘나’는 스위스소비에트 최후의 보루인 알프스 요새를 찾아가 브라친스키를 만나지만 체포하지 못한다. ‘나’는 광기에 빠져 있는 브라친스키를 통해 유토피아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스위스소비에트공화국이 아무런 실체가 없다는 충격적 진실을 발견한다.
주인공은 독일군의 맹렬한 폭격의 와중에 요새에서 빠져나와 배를 탄다.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와서 문명의 진보와 인간적 가치가 결합된 유토피아를 꿈꾸던 주인공은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가 체와족이 된다. 사람들은 동아프리카에 건설된 근대적 스위스식 도시들을 떠나 사바나로 돌아간다. 도시는 황폐화되고, 도시를 설계한 스위스 건축가는 자살한다. 이렇게 오디세우스적인 귀향의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