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초, 어차피 타고 없어질,
그저 꼿꼿하기만 한 하나의 초,
그 한 가닥의 흰 등뼈 같은 시들,
문학동네시인선 122 배영옥 시집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가 출간되었다. 199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시집 『뭇별이 총총』을 냈던 바 있는 시인의 두번째 시집이자 유고 시집이다. 시인은 2018년 6월 11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시집은 시인이 작고하기 전까지 손에 쥐고 품에 안고 있던 시들로 한 연 한 연 너무 다듬어서 하얘진 속살과 한 행 한 행 너무 들여다보아서 투명해진 속내를 한 편 한 편 평소의 제 얼굴인 듯 다부지면서도 단호히 내어걸고 있다. 예서의 단호함이란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미련이란 이름으로부터의 탈탈, 손을 털어버린 자의 차가움이자 가뿐함이기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