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도망치듯 질주하는 세상인지도 모릅니다”고 결론 짓는다. 문장을 한 줄 한 줄 분석하고, 단어를 콕 집어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을 거부하고, 시를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이야기로 해석하면서 감정이입하는 솜씨가 괄목할 만하다. 그를 자타가 공인하는 ‘진짜 시 선생’이라고 부르는 근거이기도 하다.
좋아하면 이기는 거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에서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문학 장르인 ‘소설’과 ‘시’가 어떻게 다른지, ‘시’ 문학만의 특성은 무엇인지를 살핀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매개체를 통해 “시는 이해하기 까다로운 것”이라는 오해를 쉽게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2장에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언제 들어도 재미있는 소재인 ‘사랑 이야기’를 통해 시의 감성을 따라간다. “감정이 넘쳐흐를 때”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듯 시도 같은 맥락임을 강조하면서 시를 진짜 잘 읽을 수 있는 노하우를 설명한다. 즉, “시를 잘 읽으려면 그 안에 있는 사람의 ‘상황’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라”는 주문이다. 3장은 장면을 통해 인물과 상황을 들여다본다. 소설로 말하자면 캐릭터 분석에 해당하는 장이다. 인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탓에 받아들이는 마음도, 느끼는 정서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친근한 시를 통해 보여준다. 특히 아내를 떠나보낸 남자의 정서(같은 상황)가 어떻게 표현되는지(다른 표현)를 김소월의 〈초혼〉과 김춘수의 〈강우〉를 통해 비교하는 부분은 이 책의 백미라 하겠다. 4장은 인간과 삶의 본령을 탐구하는 철학이 정서가 충만한 사람의 일상에 녹아들 때 시가 된다는 것을 설명한다. 깊은 사색과 소소한 반성들이 삶 속에 묻어나는 것이 바로 시라는 것을, 시는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1∼4장까지가 ‘시를 채우는 내용물’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5장은 ‘시가 입은 옷’에 대한 이야기다. 리듬과 운율에 따라 시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저자는 시, 동요, 랩송 등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한다.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를 따라 읽다 보면, 독자는 그의 지적대로 “시는 외우고 분석하면서 따로 공부하는 장르가 아니라 온몸으로 즐기는 장르다”라는 데 동감하게 된다. 시의 바다에 빠져 헤엄치고 놀면서, 그러다 결국 사랑하게 되는 장르. 좋아하면 잘 알게 되고, 잘 알게 되면 잘 하게 되는 것. ‘시 공부’는 그런 공부다. 정재아 선생의 『시를 만나러 갑니다』는 시 공부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는 매우 독특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