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수양을 위해 그림을 한 점 한 점 사 모은 영업사원,
30년 만에 ‘마침내’ 미술관을 열다.
매출 3,000억 원이 넘는 유니온약품의 회장이자 이 책의 저자 유병광은 과거 아침부터 퇴근시간까지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고 동네 의원에서 쪼그려 앉아 있던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그는 결국 사직서를 들고 상사를 찾아갔지만, 자신을 믿어주며 한 번 더 기회를 준 상사의 든든한 신뢰를 등에 업고 이후 회사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영업사원으로 성장한다. 이처럼 성공한 제약회사의 회장이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실적이 오를수록 심성이 메말라가는 자신을 경계하게 된 그는, 선배들의 권유로 한 달치 월급을 털어 금추 이남호 화백의 〈도석화〉를 산다. 그가 구입한 첫 미술작품이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돈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돈을 단지 생활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다가 비로소 미래의 가치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이 관점의 변화는 그의 삶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미술 작품을 통해 마른 일상에서 숨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주위에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그림은 마치 자연이 전하는 메시지, 작가의 철학,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만나는 여행과도 같았다.
그림을 연모하면서부터 그는 급기야 직접 미술관을 짓기로 결심한다. 모두가 말렸지만, 자신의 마른 일상을 비옥하게 적셔준 그림을 모두와 나누고 싶었다. 마침 경매로 나온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6호 석파정을 사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어우러져 문화를 나누는 우물과 같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2005년부터 꼬박 7년을 투자해 인왕산 자락에 석파정과 서울미술관을 함께 열게 되었다. 마음 수양을 위해 그림을 한 점 한 점 사 모으기 시작한 영업사원이 30년 만에 드디어 미술관을 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그를 이끈 미술 작품들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미술 작품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여기에 300여 점 이상을 거래하면서 축적한 저자의 미술품 수집의 노하우는 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