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차가운 땅에서도, 가장 낯선 바다에서도 나는 들었네
"빈 잔은 채워지기를, 노래는 불려지기를, 편지는 전해지기를 갈망한다.
나는 돌아가고자 한다. 진짜 집으로. 나의 엄마에게로."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 수상작가 김연수 2012년 최신 장편소설
2011년 여름부터 2012년 여름까지 계간 「자음과모음」, 중국 격월간 「소설계」에 동시 연재되었던 김연수의 신작 장편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열일곱 살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미국 중산층 백인 가정으로 입양되어 성장한 작가 '카밀라 포트만'이 자신의 뿌리를 찾는 논픽션을 쓰기 위해 한국 진남을 찾는 것을 줄기로 하는 이 이야기는 '기록' 이나 '기억', 혹은 '증언' 만으로는 온전히 이해될 수 없는 개인의 진실을 전한다.
이 소설에는 2012년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21세기 미국과 한국, 일본, 방글라데시와 1988년을 중심으로 하는 과거의 한국 남해안의 소도시 진남을 오가면서 그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주인공격인 카밀라 포트만(한국명 정희재)를 비롯하여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각각의 장(場)에서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오가며 편지와 사진, 라디오 사연과 다큐멘터리 영상 화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서 개별적인 구조를 만드는 개개인의 기억과 증언의 불협화음은 서로가 끝을 물고 그 시대의 진실로 접근해 들어가는 하나의 커다란 그림으로 귀결된다.
이 소설 전체는 심연을 건너 타인에게 가닿을 수 있는 날개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떠한 관계에서 비롯될까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토록 어둡고 고통스러운 사건 속에 외면당한 진남 사람들의 과거가 담긴 파편을 주워담아 ‘아카이브’를 만들어간 끝에 카밀라 포트만(혹은 정희재)의 탄생이 실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사라진 비밀스러운 사랑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심연’과 ‘희망’ 그 사이의 아득한 간격은 그렇게 좁혀지고 ‘나’와 ‘당신은’, ‘우리’는 서로 맞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