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밖에 모르는 절대 유일의 결말을 추리해가는 배우와 스태프
진짜 범인은 누구? VS 누가 범인이라야 영화가 재밌을까?
영화는 폭풍우에 갇힌 저택(밀실)에서 왕년에 유명한 배우였던 한 부인이 자살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저택에는 부인의 딸과 조카, 의사와 입주간호사, 고용인이 있고, 산사태를 피해 이 저택으로 찾아든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삼십대 남자(탐정 역할)가 있다. 부인의 방에서 유서가 발견되고, 얼마 후 간호사가 자기 방 창문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다. 응접실 소파에 뉘어진 여자의 시신. 유리창을 흔드는 강한 비바람. 뭔가를 숨기는 듯 초조하기만 한 여섯 남녀….
하드고어적 묘사와 충격적 반전으로 미스터리 팬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선사한 『살육에 이르는 병』의 작가, 아비코 다케마루의 신작 『탐정영화』는 '탐정영화'를 둘러싼 본격미스터리다. 촘촘한 서술과 정교한 트릭으로 영화 속 밀실살인의 진범을 찾는 추리대결의 과정을 유쾌하게 담아낸 이 소설은 추리소설과 탐정영화의 접목이자, 두 장르를 소재로 삼은 메타픽션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사 FMW의 대표이자 서스펜스 오락영화의 귀재 오야나기 감독이 결말 촬영만을 앞두고 실종되자 영화사 직원과 스태프, 그리고 이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에 앞뒤 재지 않고 투자까지 했던 여섯 명의 무명배우는 커다란 충격에 휩싸인다. 결국 그들은 감독이 찍어놓은 96분 분량의 필름을 전제로 범인을 추리해 영화를 완성하려 한다. 배우와 조감독, 스태프들은 십 분 남짓한 영화의 결말을 찍기 위해 시나리오 콘테스트를 열고, 누가 범인이어야 가장 그럴듯한 영화가 될지 고심한다. 그리고 제출된 시나리오들의 결함을 지적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결국 하나의 시나리오를 택한다. 실종됐던 감독은 이들이 영화를 완성한 직후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후반 작업을 모두 마친 최종 필름의 0호 시사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감독이 끝까지 함구했던 영화 속의 숨은 트릭을 뒤늦게 알아차리고는 경악하고, 이어 환호한다.
실종된 감독이 영화 촬영 전부터 결말을 확실히 구상하고 있었다는 점, 그때까지 촬영한 영상과 주어진 시나리오, 영화 세트 하나하나가 모두 추리의 실마리가 된다는 점, 그리고 영상에 찍히지 않은 것은 복선이 될 수 없고, 같은 배경 같은 세트를 써야 한다는 것 등 이 작품에는 추리를 제한하는 단정적 요소가 많아 수수께끼 풀이라는 미스터리 본연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게 한다. 한편 이 사건의 해결 과정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탐정도, 추리 마니아도 아닌 영화인들이기에 직선적이고 우스꽝스러운, 그래서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운 추리들이 속출해서 적절한 균형으로 유쾌한 독서를 유도한다.